이번주는 증시가 크게 하락한 느낌이었는데, 되짚어보니 생각보다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주는 다우존스 4.43%, 나스닥 4.71%, S&P500 4.54% 하락 등 3대 지수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었는데, 이번주는 꽤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두 은행이 파산하고, 세계적인 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은행의 파산 우려까지 전해지며 마치 증시가 꽤 하락했던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해보니 오히려 증시는 상승했습니다. 물론 다우존스는 일주일 동안 0.14% 하락하며 좋지 않은 움직임을 이어갔지만, S&P500은 이번주 1.42%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나스닥은 이번주 무려 4.41%나 상승했습니다. 이번 2023년 1월 1일부터 변동률을 보더라도 다우존스만 3.84% 하락한 상태이고, S&P500은 2.40% 상승했으며, 나스닥은 무려 11.97%나 상승한 상태입니다.
금융발 위기 소식이 어떻게 전해지느냐에 따라 하루하루 증시의 변동성이 갈렸던 이번주였습니다. 금융발 위기가 심각하다는 보도가 있는 날에는 증시가 하락했고, 금융발 위기가 해결될 수 있고 경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일으킬 일은 없다란 뉴스가 보도되는 날에는 증시가 상승했습니다. 또한, 금융발 위기는 이미 예견된 수순입니다. 1년 동안 FED가 금리를 제로에서 4.75%까지 올렸는데, 금융 압박에 의해 부실한 기업들이 파산하는 건 당연한 순리입니다. 다만 FED가 이런 악재 속에서도 계속 긴축 의지를 유지할지, 아니면 긴축 여건을 완화할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긴축 정책으로 인해 계속 상승하던 미국 국채 금리는 이번주에 크게 하락했습니다. 2년물 금리는 어느덧 4% 아래로 떨어졌고, 10년물 금리는 다시 3.5%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달러 인덱스 역시 다시 103대로 내려갔습니다. 금융발 위기와 더불어 경제 침체 우려까지 커진 탓에 유가 WTI는 66.41달러까지 급락했습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80달러를 돌파했었는데 말입니다.
① 3월 13일(월),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 금융주는 급락, 그러나 나쁘지 않은 움직임을 보인 증시
지난주 금요일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이어 월요일은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습니다. 시그니처은행은 암호화폐 위주의 거래를 주로 하던 은행이긴 하지만 규모가 1,104억 달러에 달하는 은행으로 완전 소규모는 아닙니다. 실리콘밸리에 이어 시그니처까지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 FDIC의 관리 하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시그니처은행과 비슷한 운영을 하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코메리카은행, 웨스턴얼라이언스은행, 키은행 등의 주가도 하루 만에 62~27% 폭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금융기업인 씨티은행,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의 주가도 하루 만에 7.5~3.7% 가량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증시 전체 지수인 다우존스와 나스닥, 그리고 S&P500의 하락세는 생각만큼 깊지 않았습니다. 다우존스는 0.28%, S&P500은 0.15%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오히려 0.4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이번 금융발 위기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미국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시장이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중앙은행인 FED와 미국 정부는 이번 두 은행의 파산 사태의 후폭풍을 막기 위해 재빠르게 대처했고, 이를 시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애플 1.33%, 마이크로소프트 2.14%, 아마존 1.87%, 구글 0.71% 등 대형 기술주들은 오히려 오늘 좋은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또한 이번 사태로 FED가 최근 긴축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려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계속 나옴에 따라, 이 역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② 3월 14일(화), 찜찜하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소비자물가지수
두 은행이 연달아 파산했지만, 미국 정부가 나서서 이들 은행 예금액 전부를 보호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이런 자금난에 시달리는 은행들에게 자산을 담보로 '액면가' 그대로 1년간 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BTFP' 프로그램까지 FED가 시행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금융발 위기는 잠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화요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 CPI 역시 찜찜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예상치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며 증시는 힘을 냈습니다.
CPI는 지난달 6.4%에서 이번달 6%로, Core CPI는 지난달 5.6%에서 5.5%로 감소했습니다. 전월 대비 변동률은 CPI가 지난달 0.5%에서 0.4%로, Core CPI가 0.4%에서 반대로 0.5%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CPI는 괜찮았지만 문제는 Core CPI입니다. 특히 전월 대비 변동률이 다시 0.5% 오른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ore CPI 상승(전월 대비 0.5%)의 70%가 임대료 탓이니, 이 역시 그렇게 심각하게만 볼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임대료 특성상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만약 지표에 최근 주택시장 침체 움직임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오히려 Core CPI 역시 급하게 내려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임대료를 제외한 Core CPI 역시 지난달 0.36% 상승에서 이번달 0.43% 상승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시장은 이번 CPI를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결과라 생각했는지, 증시는 오늘 분위기가 꽤 좋았습니다. 다우존스는 1.06%, 나스닥은 2.14%, S&P500은 1.68%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구글 2.83%, 마이크로소프트 2.71%, 아마존 2.65%, 애플 1.41% 등 대형 기술주들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했습니다.
③ 3월 15일(수), 좋은 생산자물가지수, 그러나 크레딧스위스은행 악재로 힘을 잃은 증시
화요일 소비자물가지수에 이어 수요일 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됐는데, 그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크게 둔화되는 수치가 나왔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5.7%에서 이번달 4.6%로 크게 하락했으며, 근원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지난달 5%에서 이번달 4.4%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전월 대비로 보더라도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0.3% 상승에서 이번달 -0.1%를 기록하며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도 지난달 0.1% 상승에서 이번달 0.0%를 기록하며, 물가가 상승하지 않았음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증시의 움직임은 화요일과 달랐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의 파산 위험 때문입니다. 앞서 파산했던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파산과 오늘 부각된 크레딧스위스은행 파산은 그 결이 다릅니다. 크레딧스위스은행은 한국에도 지사가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은행이며, 미국에서도 5번째의 규모에 해당하는 대기업입니다. 물론 크레딧스위스은행의 파산 보도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작년인 2022년에도 몇 번이나 나왔던 문제입니다. 긴축 정책에 의해 세계적으로 금융 여건이 악화된 탓에, 자금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보이던 은행들의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는데, 그 대표적인 은행이 바로 크레딧스위스은행입니다.
오후 들어 스위스중앙은행의 유동성 개입 발표가 이어진 탓에 다행히 오전보다 시장 분위기는 나아졌지만, 생산자물가지수의 급락이란 좋은 뉴스가 금융발 위기로 인해 묻힌 하루였습니다. 게다가 뉴욕제조업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24.6을 기록했고, 월간 소매 판매 역시 지난달 3.2%에서 이번달 -0.4%로 크게 낮아지는 등 경제 침체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증시는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존스는 0.91%, S&P500은 1.53% 하락했고 ,나스닥만 0.01% 상승하며 수요일을 끝냈습니다.
④ 3월 16일(목), FED의 긴축 정책 완화? = FED의 피봇 시작?
목요일은 아침부터 유럽중앙은행이 50bp 금리를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증시가 힘없이 출발했습니다. 또한 지난주에 8주 만에 다시 20만이 넘었던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이번주 다시 19.2만 건을 기록하며 20만 아래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게다가 어제 발표된 뉴욕 제조업지수에 이어 오늘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마저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은 -23.2를 기록했습니다.
아침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이어졌지만, 증시는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이는 FED의 돈 풀기가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1년 이상의 긴 하락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FED의 긴축 정책 때문입니다. 팬데믹 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던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다시 무리하게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어 '위험 자산'의 대표 격인 증시가 계속 하락했던 것입니다(물론 이번에는 특이하게 안전 자산인 채권과 금 등도 계속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시장이 다시 기다리던 건 'FED의 피봇' 즉, 'FED의 돈 풀기'였는데, 의외의 복병으로 인해 FED가 돈 풀기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증시도 목요일 급등했습니다. 두 은행의 연이은 파산으로 인해, FED는 현재 일주일 만에 시중에 3,000억 달러를 풀었습니다. QT(양적긴축)를 하며 그동안 시중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던 FED가, 긴축 정책이 끝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다시 반대로 시중에 돈을 푼 것(양적완화)입니다.
다우존스는 1.17%, 나스닥은 2.48%, S&P500은 1.76% 상승하며 목요일을 마감했습니다. 물론 이번 FED의 돈 풀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FED가 계획했던 흐름도 아닐 뿐더러, 일시적인 돈 풀기일 뿐이지 FED의 금융 정책 자체가 바뀐 걸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대다수입니다. 또한 수요일 생산자물가지수가 크게 둔화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서비스물가가 계속 오르는 등 FED의 긴축 정책 스탠스를 꺾을 시장 상황은 아직 아니라는 주장이 더 많습니다.
⑤ 3월 17일(금), 다시 부각된 금융발 위기, 증시는 하락
어제 좋은 흐름을 보였던 증시 분위기는 하루 만에 뒤바뀌었습니다. 이는 마치 해결된 듯 보였던 금융발 위기가 다시 대두됐기 때문입니다. FED의 'BTFP 프로그램(은행 자산을 액면가 담보로 1년 동안 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 및 대형 은행들의 '자금 지원' 등의 방법으로 이번 금융발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이, 결국은 '彌縫策(미봉책: 일시적인 눈가림으로 꾸며 대는 계책)'이며, '千丈之堤(천장지제: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린다)'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해결책은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겨우 2곳의 은행만 파산했지만, 만약 앞으로 더 많은 은행들이 자금 운영난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의 방식이 쓸모가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위스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지원 등으로 인해 문제가 잠잠해질 것 같던 크레딧스위스은행마저 고객들의 예금이 지난 3일 만에 2억 달러나 빠져나갔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시장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습니다. 미시간대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이 4.1%에서 3.8%로 낮아지는 등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다시 금융발 위기가 대두되면서 증시는 힘을 잃었습니다. 다우존스는 1.19%, 나스닥은 0.74%, S&P500은 1.10% 하락하며 이번주를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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