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레딧스위스 증권인 'AT1'이 휴지조각이 되며, 채권 시장도 흔들흔들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그리고 세계적인 대형 은행인 크레딧스위스의 파산 우려 소식까지, 지난주에 휘몰아치던 금융발 위기는 UBS의 크레딧스위스 인수 소식과 함께 소강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주 증시의 시작은 불안감과 위기감이 여전히 감도는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스위스 정부가 크레딧스위스가 발행한 채권의 20% 가량인 AT1(Additional Tier-1, 신종자본증권)을 0으로 처리한 탓에 채권 시장이 한때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AT1은 금융회사가 일종의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의 자금 상태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의 동의 없이 보통주로 전환되는 등의 방식으로 은행 자본으로 편입되도록 설계된 증권입니다. 문제는 이번 스위스 정부가 AT1을 자산 가치 0으로 측정하는 바람에 AT1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AT1은 보통 주식보다 선순위로 인정되는 자산인데, 크레딧스위스 주식을 이미 가진 사람들에게는 크레딧스위스 주식 22.5개당 UBS 주식을 하나씩 보상해주기로 결정했지만, AT1 증권을 가진 투자자들의 보상은 0이라는 것입니다.
스위스 정부의 'AT1의 자산가치=0'이란 이번 결정으로 인해, AT1 가격은 오늘 폭락했으며, 채권 시장 전체를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AT1이 휴지조각이 되었다는 소식으로 인해 시작된 불안은 다행히 유럽금융당국이 서둘러 진화한 덕분에 오후 들어서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은행감독청은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 보통 주식(Common equity)이 손실을 먼저 흡수하고, 이 과정이 끝나면 AT1 채권의 상각(부채원금이나 자산의 원가를 할부 방식에 의하여 일정 기간 동안 줄여가면서, 만기에 원금 전액을 감가하는 방식)이 뒤따른다"라고 말하며, AT1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AT1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럽 은행 자본 구조의 매우 핵심 요소이다"라고 한 번 더 말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일부 해소시켰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는 2008년 이후 AT1 투자자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사건이다. 유럽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서긴 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지, 아니면 불안해진 금융 여건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할지 확신이 서지 않을 것이다"라고 보도하며,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 투자 등급이 7단계나 하락하며 오전 한때 40% 하락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다행히 미국 금융권은 AT1 증권 발행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이번 'AT1 증권의 휴직조각'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 채권 시장이 출렁거린 탓에 미국 국채도 그리고 미국 증시도 오늘 변동성이 꽤 컸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다음으로 문제가 있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사태가 다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주 미국 정부에 이어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마저 나서 300억 달러 예금을 모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신용 등급이 다시 B+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신용 등급은 'A-'였습니다. 투자 등급은 'BBB-'까지가 투자 적격 등급에 해당하고, 'BB+'부터는 투자 부적격 등급인 '정크' 단계에 해당합니다. S&P글로벌은 이미 지난주에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등급을 'A-'에서 'BB+'로, 4단계나 급락시켰는데, 어제 다시 'BB+'에서 'B+'로 3단계 더 강등시켰습니다. 현재 미국 은행 중 신용 등급이 정크인 은행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이 유일합니다.
며칠 사이에 투자 등급이 7단계나 하락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오전 한때 주가가 40%까지 하락하며 거래가 10번 정도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시장은 이번 금융 사태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개별 사태로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주 파산한 시그니처뱅크를 인수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는 오늘 주가가 32%나 급등했습니다.또한 퍼스트시티즌스나 팩웨스트 등의 지역 은행 역시 오늘 10%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3.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증시는 상승
만약 이번 금융 사태가 개별 기업의 수준에서 끝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2주 전부터 뉴스 보도 형태에 따라 증시도 그리고 채권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예금보험공사(FDIC)에서 실시하고 있는 '은행 자산을 액면 그대로 담보로 해서 1년간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전체 자금 대출 중 중소은행 및 지역은행이 담당하는 비중이 38%에 달합니다.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인데,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외의 다른 중소 및 지역은행들의 예금이 최근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이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대형 은행들로 예금이 몰려든다면, 중소 및 지역은행들은 결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과 같은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금융발 위기는 미국 전체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성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FED는 벌써 일주일 만에 3,000억 달러를 시중에 풀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중소 및 지역은행의 예금을 모두 보장해주기로 결정한다면, 엄청난 자금을 다시 시중에 풀어야 합니다. FED가 긴축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팬데믹 이후 4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시중에 푼 탓에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FED가, 이번 사태만으로 긴축 정책을 완전히 끝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 사태로 인해 중소 및 지역은행은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로 인해 이런 은행들의 대출은 앞으로 더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즉, FED가 특별히 긴축 정책을 펼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미국 경제 자체가 긴축 상태로 진입한다는 말입니다. FED의 비공식 대변인인 닉 티미라오스 기자 역시 "FED는 결정하기 어려운 난제 상황에 빠져 있다. FED 위원들조차도 '긴축 정책 고수'를 주장하는 사람과 '금융 시장 붕괴를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나뉘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인지 알렸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 증시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우존스는 1.20%, 나스닥은 0.39%, S&500은 0.89% 상승하며 이번주 첫 거래일인 월요일을 마쳤습니다.
2. 조금 안정되는 분위기 속에 다시 상승한 국채 금리
지난주 급락했던 미국 국채 금리는 오늘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오늘 3.84%에서 3.96%로 12bp 상승했으며, 10년물 금리는 3.42%에서 3.48%로 6bp 다시 올랐습니다. 하지만 2년물 금리는 여전히 4% 아래이며, 10년물 금리 역시 3.5% 아래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하루하루 금리의 움직임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주 FOMC의 금리 결정 발표 및 FED 의장 파월의 기자 회견 수위 정도에 따라 금리의 향방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 인덱스는 103.86에서 103.30으로 오늘 하락했습니다.
유가 WTI는 오늘 66.41에서 67.50달러로 상승했습니다. 상승하긴 했지만, 얼마 전 80달러를 넘어섰던 걸 생각하면 여전히 매우 낮은 가격대입니다. 금융발 위기로 인해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진 탓에 유가는 계속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가가 100달러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던 골드만삭스조차도 자신들의 예측 수준을 대폭 낮췄습니다. 유럽 천연가스는 43.11에서 38.88유로로 다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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